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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두운 밤 빛나는 별 // 13장

동심초(남양주) 2022. 6. 19. 11:36

 어두운 밤 빛나는 별 // 13장 

                                                                                                  미국 에머렐드호수 자연의 다리   

 

 

올슨이 떠난 뒤, 라루는 자그마한 건강식품 가게에서 대부분의 시간을 보냈다.

앤더슨 장로와 그의 아내는 홍콩항에서 꽤 먼 거리에 있는 해피 밸리 근처에 거처를 마련했다.

하지만 그들은 자주 라루를 방문했다. "오셔서 저희와 함께 사시는 건 어때요?" 두 사람이 제안했다.

"고맙지만 나는 배 가까운 곳에서 지내야 할 것 같아요. 

그래야 선원들이 날 찾아올 수 있으니까요. 대부분 선원들이 어린 소년들이랍니다.

집에서 멀리 떨어져 있는 동안 도움과 교제가 필요하죠. 

아시다시피 하나님께서는 저에게 설교하라는 부르심을 주신 적이 없으세요.

글을 쓰는 일도 마찬가지죠." 그가 싱긋 웃었다.

"몇 해 전에 제가 짧은 글을 하나 써서 출판도 했었어요. 나중에는 화잇 장로님께도 보내드렸고요. 

글이 형편없다는 지적을 받고는 다 태워 없애 버렸답니다. 

그가 말하길 철자도 엉망이고, 문법이며 구두법이며 실수가 많다고 하더라고요. 

게다가 글도 일관성이 없고 결론이 없다고 했었죠. 

그래서 저의 할 일은 그저 사람들을 사랑하고 그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에요."

"형제님께서 진정 주님의 방법을 따라 사시는 것 같네요." 앤더슨 장로가 말했다.

"때로는 더 많은 교육과 훈련을 받은 사람들보다 형제님과 같은 사람들을 통해 하나님의 사랑이 전해지죠. 

정말 제대로 사람들을 돌볼 여유조차 없이 너무 바쁘게 살고 있는 건 아닌가 모르겠어요."

"제 인생 초반의 50년 동안 하나님을 모르고 살았었는데, 만약 알고 지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요!" 

라루의 얼굴에 슬픔이 묻어났다.

 

"하지만 지난 30년간 그분은 저의 꾸준한 동반자가 되어 주셨답니다.

다음 해 11월이면 제가 80이 된다는 거 아세요?

제가 어릴적 별들이 떨어지는 것을 보면서 그 거대한 징표가 무엇을 의미하는지가 무척이나 궁금했었죠. 

아마 그때 깨달았다면 저는 평생 주님을 섬기며 살았을지 몰라요.

비록 많은 사람들이 예수님의 재림을 보는 것이 저처럼 

간절하지 않다고 하여도, 사람들이 저처럼 후회하지 않도록 만나는 모든 사람들에게 복음을 나누어야 해요."

그때 문이 열리더니 누군가의 외치는 소리가 들려왔다.

"캘리포니아산으로 좋은 비스킷이나 대추 좀 있으세요?" 한 영국 선원이 라루에게 다가와 손을 맞잡았다. 

"방금 싱가포르에서 돌아오는 길입니다. 

배에서 내리자마자 라루 씨를 뵈러 왔어요. 배가 몇 시간 후면 부두를 떠나서요."

라루는 일전에 자신이 책을 주었던 그 청년을 금세 알아볼 수 있었다.

예전에는 그를 다시는 보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했었다.

"제 친구 분과 함께 하기 위해 오셨다니 정말 기쁜 일이에요."

청년은 앤더슨 가족에게 말했다. "지난번 왔을 때 제가 만남을 엉망으로 만들었거든요.

하나님과 성경에 대한 그의 생각을 비웃었던 걸 말하려니 창피해 지네요. 제기 예전에 사후의 삶을 믿었거든요.

그때 라루 씨가 별 말씀을 하지 않으시고는 몇 가지 책자를 주셨어요.

저는 그 책들을 배 위에서 공부했고요. 라루 씨, 당신의 생각이 옳았다는 것을 말씀드리려고 왔어요. 


주님께서 당신의 재림 때 잠자고 있는 자들을 깨우신다는 게 옳아요."

"매일 하나님께서 자네가 그 책들을 이해할 수 있게 도와주시길 기도했다네." 라루가 기쁜 나머지 박수를 치며 말했다.

"아마 그 기도가 응답이 됐나 봐요.

이 주제에 대해서 라루 씨의 생각이 옳다는 것을 알고 나니, 

혹시 다른 성경 주제들에 대해서도 제게 추천해 주실 책들이 있으실까 해서요. 

갖고 계신 것 중 성경 연구 방법에 대해 제가 살 만한 책이 있을 까요?"라루가 그에게 "성경 읽기"라는 책을 건넸다.

"이 책을 읽으면 성경에 있는 끝없이 샘솟는 진리들을 발견하는데 도움이 될 걸세."

"감사합니다, 그 책을 살게요. 제가 봄에 돌아오면 그때 더 많이 이야기 나눠요.

오늘 저녁에 다시 배가 떠나서 이제 그만 배로 돌아가 봐야겠네요. 저를 위해 계속 하나님께 기도해 주세요."

"매일 하나님과 직접 만나서 이야기하는 날이 더욱 기다려진다네." 라루가 말했다.

"저 높은 하늘 천국은 하나님께 외로운 곳일 게야. 자네들이 이 먼 곳이 있으니 말일세.

슬픈 건 대부분의 자녀들이 집에 돌아가고 싶어 하지 않는다는 거지.

아, 동쪽에서 주님이 구름을 타고 오시는 광경이 얼마나 보고 싶은지!"

라루가 선원을 배웅하며 혹 그러한 징조가 보이는지 확인하려는 듯 동쪽을 살펴보았다.


몇 개월이 지나고 앤더슨 장로가 해피 밸리 근처 자신의 집 앞 창문을 내다보았다.

인력거 한 대가 멈추더니 라루가 그곳에서 내렸다. 그는 그를 만나기 위해 계단을 내려갔다.

"반가워요, 라루 형제님. 죄송해요. 저희 집이 너무 가파른 언덕에 있다 보니.

"앤더슨은 자신의 오랜 노년의 친구가 평소보다 천천히 발걸음을 옮기며 여러 차례 멈춰 서서 숨을 고르는 모습을 보았다.

앤더슨 부인이 시원한 음료로 그들을 맞이했다.

"같이 계시다가 저녁 드시고 가세요." 라루가 의자에 앉고 여유를 찾자 그녀가 말했다.

"친절은 감사하지만 다음에 같이 식사하기로 하죠. 인력거가 절 기다리고 있어서 오래 머물다 가지는 못할 같네요.

이걸 저 대신해서 밭아 달라고 부탁하러 잠시 들렀답니다." 라루가 주머니에서 봉투 하나를 꺼내 앤더슨 장로에게 건넸다.

"제 유언장입니다. 얼마 되지 않는 돈이지만 책 판매와 식품가게로 모은 돈이에요. 

이 돈이 제가 사랑하는 중국 선교에 쓰였으면 합니다. 이제 가 볼게요." 라루가 자리에서 일어나며 덧붙였다.

"만일 예수님이 제사 세상을 떠난 후에 오시게 되면 이 유언대로 해주세요.

"천천히 돌아서서 계단을 내려가는 그의 모습에서, 앤더슨 부부는 라루의 두 뺨에 눈물이 흐르고 있는 것을 보았다.

또한 그들은 좁은 보폭으로 계단을 내려가는 라루의 다리와 무릎이 떨리는 것을 보았다.

앤더슨 장로가 부축을 해주려 했지만, 라루는 사양했다.

그는 여전히 하늘 아버지의 강한 팔을 의지해 스스로 걸을 수 있었다.

아직 사람의 팔을 의지할 만큼 연약해지지는 않았다.


"라루 씨가 쇠약해지고 계셔. 예전 기력을 잃으신 모양이야.

홍콩에서 지낸 지난 몇 달 동안 굉장히 많이 변하신 것 같아."앤더슨 장로가 아내에게 말했다.

"맞아요. 하지만 몸이 더 쇠약해지시긴 해도 예수님에 대한 사랑은 더 강해 지시죠. 

자신과 의견이 다르다고 해서 상대방을 비난하거나 책망하시는 걸 본 적이 단 한 번도 없어요.

 하나님과 함께 평안 가운데 계시니 어떤 것에도 동요하지 않으시죠.

"해가 막 지고 어둑어둑해지고 있었지만, 라루는 인력거를 타고 항구 위쪽 언덕에 있는 작은 묘지를 향했다.

그러고는 천천히 조심스럽게, 경건한 모습으로 묘지 입구를 들어가 비석 가운데를 걸었다.

라루는 묘지를 밟지 않기 위해 종종 자리에 멈춰 섰다. 그러고는 소리를 내어 기도하기 시작했다.

"오 , 하나님, 저는 지금 이 일을 더 하고 싶습니다. 살아서 주님의 재림을 보고 싶어요. 

제게 별들이 쏟아지는 광경을 보여 주셨잖아요.

그 보다 놀라운 구주의 재림의 영광을 보게 해 주시지 않으실 건가요?

"선원들과 중국인들에게 복음을 전하라는 주님께서 주신 일을 전 너무 사랑해요. 하지만 하나님을 더욱 사랑합니다.

주님의 뜻이라면 더 견뎌낼 힘을 허락해 주세요.

주님께서 제게 하라고 주신 일을 이제 막 시작했습니다.

그러나 저의 삶을 더 연장해 주세요. 이렇게 많은 일들을 남겨 두고 어떻게 제가 여기서 멈출 수 있겠습니까?"

라루는 나무에 기대 몸을 들썩 거리며 흐느껴 울었다.

그의 두 뺨은 눈물범벅이 되었다. 다시 그는 기도했다.

"아버지, 제가 얼마나 지쳐 있는지를 아시죠, 왜 이리도 사람들은 주님을 만나고 싶어 하지 않을까요?

주님의 사랑 안에 더 많은 이들이 준비될 수 있게 하시려고 재림을 지체해 오셨잖아요. 

주님이 다시 오실 때까지 제가 살아 있을 까요?"


그의 입술이 부들부들 떨렸고, 더 이상은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그가 응답을 기다리는 동안 날이 어두워졌다. 하나둘 씩 하늘에 별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머리 위로 그는 묘성(Seven Sisters)이라 불리는 성단을 보았다. 

갑자기 그의 머릿속에 요한계시록 1장 요한의 말이 생각났다.

"네가 본 것은 내 오른손에 일곱 별." 그 순간 그는 마치 하나님의 목소리를 들은 것만 같았다.

이제는 기쁨이 넘치는 순종의 마음으로, 전혀 새로운 눈물이 그의 얼굴을 타고 흘렀다.

"이제야 알겠습니다. 아버지. 주님의 오른손에 일곱 개의 별을 붙들고 계시군요. 

저는 주님 교회의 조그만 부분에 불과합니다. 

하지만 주님의 손을 저라는 흐릿흐릿한 별도 머물 수 있을 만큼 충분한 곳이지요. 

저의 뜻대로 마시고 주님의 뜻대로 하세요.

주님의 손에 편히 쉬어도 좋습니다."고민이 끝났고, 하늘 아버지께서는 그에게 평안을 주셨다.

라루는 안도하였다. 언덕 아래로 항구에 있는 배들이 불빛을 비추고 있었다.

라루는 미소를 지으며 별들로 가득 찬 하늘을 바라보았다."맞습니다. 아버지" 출구로 걸어 나가며 그가 말했다.

"주님의 손으로 모든 이들을 붙들고 계심에 감사합니다."다음 날 라루는 평소보다 약간 늦게 가게 문을 열었다.

그날따라 아침에 일어나서 일을 시작하는 것이 힘들었다.


몇 주가 지나고 가게 문이 열리는 시간이 점점 더 늦어졌다.

하지만 그는 음식이나 책을 사러 오는 모든 손님들에게 예수님의 이야기를 하는 것을 잊지 않았다.

어느 날 앤더슨 장로가 라루가 기침을 심각하게 하는 것을 발견했다.

"괜찮으신가요?""그냥 감기에 걸렸을 뿐이에요.

난 관찮습니다."다음 날 정오 무렵 앤더슨이 라루를 살펴보기 위해 가게를 찾았지만 가게 문을 닫혀 있었다.

그는 아스날 거리를 지나 황급히 그의 집으로 향했다. 문을 두드려도 아무런 인기척이 없었다.

그가 문을 열었을 때 라루는 잠을 자고 있었다. 얼굴이 붉게 상기되어 있었고 숨을 쉬는 것이 버거워 보였다.

잠에서 깨어 라루가 몸을 심각하게 떨었다. "말라리아에 다시 걸린 것뿐이에요." 라루가 힘없이 말했다.

"음 아무래도 함께 저희 집으로 가셔야겠어요." 앤더슨이 대답했다.

그가 거절을 할 새도 없이 다른 누군가가 또 문을 두들겼다. 몇 선원들이 그를 방문하기 위해 찾아온 것이었다.

"이렇게 오셔서 다행이에요." 앤더슨 장로가 말했다.

"라루 씨를 제집에 모셔 가려고 하는데 도움이 좀 필요하거든요.

모시고 가서 치료를 좀 받으셔야 할 것 같아서요. 누가 의사를 좀 불러 주시겠어요?

"선원들은 조심스럽게 라루를 인력거에 태워 앤더슨의 집으로 향했다. 그곳에서 선원들은 최선을 다해 라루를 보살폈다.

하지만 라루를 살펴보던 의사는 심각한 표정을 지었다."상황이 심각하네요. 그가 말했다.

 "단순한 말라리아가 아니라 폐에 물이 찬 것 같고 아마도 장티푸스에 걸리신 것 같습니다. 

나이를 고려하면 가망이 없을 것 같아요." 라루는 대부분 시간을 침대에 누워 잠을 잤다.

앤더슨 부부와 선원 중 한 명 그를 돌봤다. 

잠에서 깰 때마다 그는 말을 했고, 옆을 지키던 선원은 그가 말하는 희미한 말들을 놓치지 않기 위해

그에게 가까이 몸을 기울였다.


그들은 라루가 가장 가까운 그의 친구인 하늘 아버지께서 말하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라루는 얼굴에 미소를 지었다가 다시 깊은 잠에 빠져 들었다.

1903년 4월 26일 아침, 눈을 뜬 라루가 친구들에게 가까이 오라는 손짓을 했다.

그는 손을 들어 올리려고 했지만 역부족이었다. 천천히 최대한 힘을 내어 그가 말했다.

"나의 아버지께서 … 그날에 … 내가 … 그분께 …한 충성을 … 기억하실 거예요 …." 긴 침묵이 이어졌다.

그러고는 덧붙였다. "우리가 구름 위에서 만나는 날에 말입니다.

"눈을 다시 감은 그의 얼굴에는 평안과 기쁨이 묻어났다.

노곤한 선원은 주님 안에 잠이 들었다. 몇 시간 후 라루는 생애 마지막 숨을 내쉬고는 세상을 떠났다.

목 씨의 집이 있는 마을에서 어린 수란이 아버지가 오시길 기다리고 있었다.

그는 딸에게 지난 며칠 동안 몸이 아파 보지 못했던 라루 할아버지를 보러 데리고 가겠다고 약속을 했었다.

‘아버지가 왜 이리도 늦으시지? 아버지께서 일찍 오시마 약속하셨는데.’ 

두 사람은 라루 할아버지께 수란이가 좋아하는 난초를 가져다 드리려고 생각하고 있었다.

편찮으신 할아버지께서 커다란 하얀 난초를 보면 기분이 좋아지실 거라고 수란이는 생각했다.

어린 소녀는 유리창에 코를 바짝 대고는 밖을 바라보고 있었다.

마침내 길모퉁이를 돌아 걸어오는 아버지가 보였다.

왜 고개를 숙이고는 저렇게 천천히 걸어오고 계신 거지? 수란이는 난초를 들고 문으로 달려갔다.


"아빠, 이 난초 좀 보세요, 제가 혼자서 이렇게 커다란 빨간 나비 모양의 끈도 묶었어요.

할아버지가 빨간 나비넥타이랑 하얀 난초를 좋아하시는 것 맞죠?"목 씨는 재빠르게 돌아서 천천히 옷장에 외투를 걸었다.

"아빠, 지금 바로 가면 안 돼요? 너무 오래 기다렸단 말이에요." 수란이가 애원했다.

"아직은 안 돼." 수란이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그가 말했다.

"방에 올라갔다 올 테니 여기에서 감시만 기다리렴."수란이다 계단을 올라가는 아버지를 쳐다보았다.

‘왜 평소처럼 웃지도 않으시고 뽀뽀도 해주지 않는 거지?’ 아침에 출근을 할 때 아버지께서 분명 행복한 미소를 띠고 계셨다. 하지만 지금은 왜 저렇게 슬퍼 보이시는 걸까?수란이는 계단에 앉아 아버지를 기다렸다.

꽤 오래 시간이 지나 아버지께서 방에서 나오시는 소리가 들렸다. 수란이는 계단을 올라가 아버지의 손을 붙들었다.

"지금 할아버지한테 가면 안 돼요?" 그녀가 물었다. 그녀의 아버지가 고개를 끄덕였다.

"제가 떨어뜨릴지 모르니까 아빠가 이 화분 좀 들어주세요." 수란이는 화분을 아버지에게 건네고 서둘러 밖으로 뛰어갔다.

"서둘러요, 아빠!" 라루의 집에 도착해 아버지께서 인력거꾼들에게 돈을 지불하는 동안 수란이는 계단으로 뛰어 올라갔다.

라루의 방문이 살짝 열려 있었다.


방으로 달려 들어간 어린 소녀는 어리둥절해하며 방 한가운데 멈춰 섰다.

 "할아버지는 어디 계세요?""수란아, 할아버지는 여기 안 계셔." 목 씨가 방으로 들어오시며 말씀하셨다.

"곧 오시겠죠 뭐." 수란이가 당차게 말했다.

"흔들의자에 앉아서 기다릴게요. 화분은 할아버지 성경 옆에 두세요.

"수란이가

"하얀 난초가 할아버지 큰 성경이랑 다른 책 옆에 있으니까 예쁘죠? 

여기서 저희가 기다리고 계신 덜 알면 깜짝 놀라실 거예요."다시 목 씨는 딸에게 들을 돌려 방의 한 구석으로 갔다.

그는 책들이 놓여 있는 선반을 바라보았다. 맨 위에 라루가 늘 메고 다니던 검은 가방이 있었다. 수란이가 계속 재잘거렸다. 

"할아버지 모자가 걸려 있는 걸 보니 멀리는 안 가셨을 거예요.

어디를 가시나 저 모자를 쓰고 다니시잖아요."한참이 지나 아버지는 위를 돌아서서 수란 이에게 다가갔다.

"할아버지 의자에 아빠도 같이 앉아도 될까?

아빠가 이야기를 하나 해 줄 테니 그 사이 창밖을 보고 있으면 되겠구나.

"그는 수란 이를 안아 자신의 무릎에 앉혔다.

그녀는 아빠의 이야기를 들으며 할아버지를 기다리는 것이 만족스러운 듯 아빠의 품에 파고들어 안겼다.

"며칠 전에 가파른 언덕까지 올라갔다가 항구의 불빛들을 봤던 거 기억하지? 

오래 걸려서 더 이상 못 가겠다고 수란이가 힘들다고 했었잖아.

그래서 아빠가 안고 갔었지. 수란이가 아빠 어깨에 머리를 대더니 금세 잠이 들었지.

너는 우리가 언제 집에 도착했는지도 몰랐을 거야. 다음 날 아빠가 부르니까 그제야 깨었잖아.

"아버지는 잠시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의자를 앞뒤로 흔드셨다.


그리고 천천히 말씀하셨다. "할아버지는 80년이 넘게 오래 사셨어.

할아버지 인생이 꼭 우리가 갔던 그 언덕 같았거든. 할아버지가 이제는 언덕을 못 올라가실 만큼 힘드시게 됐단다.

몸이 아프셔서 더 힘들어지셨고, 이제는 하늘 아버지 품에서 쉬고 싶다고 하시더라고,

오늘 아침에 할아버지는 돌아가셨어. 이제 할아버지는 아주 오래, 그리고 조용히 쉬고 계실 거야.

그리고 예수님이 부르면 다시 일어나실 거래." 의자에서 내려온 수란이의 눈가에 금세 눈물이 그렁그렁 찼다.

아버지는 계속 말을 이었다.

"아빠랑 친구들이 할아버지를 항구 위 쪽 언덕의 좋은 곳에 모셔다 드렸어. 

거기서 예수님이 깨우러 오실 때까지 주무실 거야. 내일 아빠가 거기에 수란이를 데리고 갈게.

그 난초는 할아버지 무덤 옆에 놓으면 되겠다. 예수님도 수란이가 그렇게 하시는 걸 보고 계실 거야.

하나님이 라루 할아버지를 깨우시러 오실 때 수란이가 사랑을 담아 드린 선물에 대해서도 말씀드려 주실 거야."

"하지만 아빠, 밖은 점점 어두워지고 있는 걸요.

할아버지가 이렇게 어두운 데 혼자 무섭지 않으실까요?"

목 씨는 자리에서 일어나 수란이를 창가로 데리고 갔다. "위를 쳐다보렴. 뭐가 보이니?"

"별들이요. 굉장히 많은 별이요." 수란이가 대답했다. "별들이 빛나고 있으면 밤이 결코 어둡지 않단다.

 수란아 할아버지께서 홍콩에 오셨을 때 저기 저 반짝이는 별처럼 하늘에서 온 빛을 가지고 오셨어.

이제 수란이와 아빠만이 아니라 많은 사람이 할아버지 덕분에 죄의 어두운 밤에서 나와 영원히 빛나는 

별들처럼 그분과 함께 빛을 발하게 된 거야."

 

                                                                                    지은이 :  엘렌 E. 랜트리        출  판 : 시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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