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두운 밤 빛나는 별 // 11장
일본 북해도 라벤더 밭
식품가게 문을 열자마자 사업이 번창하였다.
서양인뿐 아니라 중국인들도 가게의 음식들이 맛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목 씨가 중국어로 번역한 책을 라루가 손님들에게 나눠 주면, 대부분의 사람들이 거리낌 없이 받아갔다.
"예수님께서 여기서 함께 일하고 계신 것 같아요." 올슨이 선반 위 식품들을 정리하며 말했다.
"제가 별 말도 하지 않는데 책을 사가니까요.
예수님이 아니시면 책을 도무지 팔지 못했을 거예요. 저는 자비량 선교사가 잘된 것 같아요."
"배를 방문하고 오는 동안 가게에 혼자 있을 수 있겠어?" 라루가 물었다.
"가방에 책을 넣어 가면 혼자서도 충분할 것 같구나."
"밖에 바람이 거세요. 파도도 높고요. 사다리 올라갈 때 조심하세요.
" 문을 열고 나가는 라루를 향해 올슨이 말했다. 라루가 활짝 웃으며 뒤를 돌아봤다.
"설마 선원 출신인 내가 점점 쇠약해지고 있다고 넌지시 알려주는 건 아니지?
"내가 오랫동안 밧줄 사다리를 오르내렸던 사람이란 걸 잊었나 보구나."
"그게 아니고 배가 움직일 때 손이 미끄러져서 떨어지는 젊은 사람들을 많이 봐서 그래요.
그렇게 물에 빠지면 다들 좋아하지 않더라고요.
"라루는 올슨의 걱정을 대수롭게 생각하지 않으면서도, 방에 들어가 젖지 않도록 방수 종이에 책을 꾸렸다.
가능한 많은 책들을 가방에 챙겨 넣었다.
그는 여객선 건물 앞에서 호주에서 온 선장을 만났는데, 그는 예전에 라루에게서 책을 세 권 산 사람이었다.
"당신을 계속 찾고 있었어요. 라루 씨, 지난번에 왔을 때 뵙지를 못하고 갔거든요.
그때 그 책들이 다 공부했는데 혹시 더 있나요?"
"새로운 책이 두 권 더 있는데 아마 좋아하실 거예요." 라루가 가방을 열며 말했다.
이 책들도 가져가세요.""좋아요! 참, 전해드릴 소식이 있어요. 지난번 제게 하신 이야기를 곰곰이 생각해 봤거든요.
라루씨가 맞아요. 아마 재림이 5년도 채 남지 않았을지 몰라요.
이 책들을 읽으면서 예수님을 만날 준비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몇 개월 동안 거룩하게 안식일을 지키고 있답니다."라루가 그의 낡은 모자를 벗었다.
"하나님께 지금 당장 감사를 드려야겠네요." 소란스러운 페리 건물이 라루에게는 마치 성당같이 느껴졌다.
그는 사람들이 서서 바라보는 것도 몰랐다.
라루가 하나님께 드리는 기도를 들으며, 선장은 한 손에 모자를 쥐고서 거친 뺨 위로 흐르는 눈물을 닦았다.
"라루 씨와 같이 기도하는 사람을 본 적이 없어요." 그가 말했다.
"당신이 하나님과 이야기할 때 하늘나라가 더욱 가까워지는 것 같아요."라루는 즐거운 마음으로 그와 헤어졌다.
그는 한 미국 배에 가기 위해 삼판에 오르면서 불어오는 거센 바람도 개의치 않았다.
배 주변으로는 짐을 실어 내리기 위한 거룻배들이 잔뜩 모여 있었다.
배를 따라 6m가량 길게 늘어진 거대한 화물 그물이 올라갔다 내려갔다가 반복하고 있었다.
라루는 책을 넣은 가방을 어깨에 걸치고, 사다리 줄을 잡았다.
라루는 파도에 배가 높게 이는 것을 보고, 배에서 화물이 거의 내려진 것을 알 수 있었다.
사다리를 타고 올라가자 그의 무게에 줄이 축 늘어지면서 발을 옮길 때마다 사다리가 흔들렸다.
사다리를 3분의 2 정도 올라갔을 때 선원들이 난간을 타고 넘어와 라루 오른쪽으로 내려오기 시작했다.
내려가는 그들에게 올라가고 있는 라루는 안중에 없는 듯했고, 그로 인해 밧줄이 흔들리고 뒤틀렸다.
라루가 다음 계단을 잡으려던 찰나, 선원 한 명과 부딪히게 되었다.
잡으려던 밧줄이 심하게 흔들리자 다음 밧줄을 잡았지만 이내 놓치고 말았다.
더 팔을 멀리 뻗어 다시 잡아보려고 했지만 책이 든 무거운 가방 때문에 몸은
위태롭고 한쪽으로 기울었고 금세 중심을 잃고 말았다.
어깨에 걸치고 있던 가방이 미끄러졌지만, 떨어지지 않기 위해서 다른 한 손을 뗄 수가 없었다.
다시 간신히 다른 손으로 흔들리는 줄을 잡으려고 했지만 가방의 무게 때문에 그것도 여의치 않았다.
라루는 점차 힘이 빠지고 있었다. 밧줄 사다리는 끊임없이 잔물결을 치며 흔들렸다.
밧줄을 붙들고 책을 잘 지켜낼 수 있을까? 가방이 계속 미끄러져서 결국은 간신히 가방 끈만을 붙들고 있었다.
마음속으로 그는 기도 했다. "도와주세요, 아버지!"몸을 다시 아래로 굽혀 책을 붙들고 밧줄을 잡으려 안간힘을 썼다.
하지만 그가 다음 밧줄을 잡으려던 순간 무거운 가방이 그의 손에서 미끄러지고 말았다.
마침 사다리를 타고 내려오던 한 흑인 선원이 가방이 떨어지는 것을 보았다.
재빠르게 그 젊은 선원을 물속으로 뛰어들어 물속에서 가라앉기 전에 가방을 낚아챘다.
라루를 지켜보고 있던 삼판의 뱃사공은 노를 저어 가방을 손에 들고 있는 흑인 선원이 있는 곳으로 향했다.
"자, 여기 받으시오" 선원이 소리쳤다.
"서둘러요. 물이 차가워요! 저 노인을 도와드려야 한단 말이오."삼판의 사공은 가방을 자신의 배에 옮겨 실었다.
흑인 선원은 밧줄 사다리를 타고서 금세 라루의 곁으로 다가갔다. 라루는 나뭇잎처럼 온몸을 떨고 있었다.
"고맙구려, 청년" 그가 중얼거렸다.
"정말 필요할 때 이 늙은 선원을 도와주었어."
"아직도 도움이 더 필요하신 것 같은데요. 삼판으로 내려가는 걸 도와드릴게요.
바람이 강하고 파도도 엄청나요. 물에 빠지고 싶지는 않으실 테죠. 저도 빠져봤는데,
좋은 경험이라고는 감히 말할 수 없더라고요.
"이야기를 하며 건장한 미국 출신의 흑인 선원이 한 손으로 라루를 부축해 삼판으로 내려왔다.
라루가 삼판에서 온전히 내려올 때까지 청년이 그를 도와주었다.
"배에 빨리 올라가서 마른 옷으로 갈아입고, 집까지 모셔다 드릴게요." 그가 말했다.
라루는 눈을 감고서 한 손으로는 귀중한 책들을 어루만지며 배 위에 누워 있었다.
"나에게 어떤 문제가 있는 것일까? 이런 기분은 정말이지 처음이야." 그는 생각했다.
곧 청년이 사다리를 타고 삼판 위로 뛰어 내려왔다. 라루는 여전히 몸을 떨고 있었다.
청년이 그의 웃옷을 벗어 라루에게 덮어 주자, 온몸이 따뜻해졌다.
라루는 자신의 책을 들어주고 부듯가에서 인력거까지 자신을 부축해 준 건장한 청년이 고마웠다.
방에 도착해 그가 말했다. "이불을 덮고 좀 쉬세요."라루는 베개에 머리를 누이고는 젊은 선원에게 미소를 지었다.
"아마도 아버지께서 나를 구해 주시려고 자네를 보내 주셨나 보네."
"나이가 많으신 것 같은데 아직도 아버지께서 생존해 계신가요?"가방이 떨어질 때 주변에 아무도 못 봤는데요."
흑인 선원이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내 아버지는 항상 나와 함께 계시지. 예전만큼 건장한 선원이 아니란 것도 알고 계시고 말이야.
그래서 자네와 같은 튼실한 젊은이를 시켜 구해 주신 게지.
책들이 젖지는 않았는지 책 꾸러미를 좀 풀어봐 주겠나?"
"오직 선원만이 방수지로 책을 감쌀 생각을 할 수 있지요."
책 꾸러미를 풀어보며 그가 말했다.
"맨 위에 있는 책은 젖었는데 그냥 모서리 부분만 젖었네요. 그런데 책 제목이 특이하네요."
"자네에게 내 아버지 이야기를 꼭 해줘야겠네." 라루가 말했다.
" 그전에 질문이 한 가지 있어요." 그가 말을 끊었다.
"제가 홍콩에 처음 왔거든요. 밧줄에서 떨어지실 때 저는 해안가로 가려던 참이었어요.
이곳을 즐기고 가기에는 이틀이 전부거든요.
다른 선원들이 아편굴에 대해 이야기하던데. 오랫동안 선원 일을 하셨으니 그곳이 어디에 있는지 아실 것 같아서요."
"그럼, 알고말고, 많은 친구들을 그 아편굴에서 데리고 나와 배로 데리고 가곤 했다네,
그렇지 않으면 그들은 인간임을 포기한 채 밤새 그저 아편의 노예가 되지.
선원이라는 직업도 버리고 고작 몇 달 사이에 그저 만신창이가 되고 말아.
그냥 여기 있으면서 나와 저녁이나 함께 먹도록 하게. 내 동료가 자네의 고향 음식을 만들 수 있네.
식사를 하면서 내 아버지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지."
"꼭 저희 할아버지 생각이 나네요. 정말 최고의 이야기들을 들려주셨거든요. 제가 바다로 가지 직전에 돌아가셨어요.
할아버지가 그립네요." 청년은 창가로 다가가 그 아래 밝은 불빛과 사람들을 바라보았다.
"정말 나가서 마을을 둘러보고 싶은데." 청년이 망설였다.
"그래도 뭐, 배에서 밥을 먹다가 집 음식을 먹으면 틀림없이 꿀맛이겠죠."
라루가 흑인 청년에게 하나님 이야기를 시작할 무렵, 올슨이 곧 집에 도착했다.
침대에 누워 있는 라루를 보고는 밖에서 있었던 일을 짐작한 올슨은 저녁 식사를 위해 야채를 잘게 썰기 시작했다.
라루에게 있었던 일에 대해 아는 것은 나중 일이었다.
당장 그의 일은 자신을 알아보지 못하고 사랑하지 않는 세상을 구원하기 위해 독생자를 보내신 하늘 아버지에 대한
이야기를 골똘히 듣고 있는 한 흑인 선원을 위해 요리를 하는 것이었다.
그날 밤, 청년이 배로 떠나기 전에 라루는 그에게 작은 성경 한 권과 함께 책자 꾸러미를 건네주었다.
"감사합니다." 라루 씨. 잘 읽을게요.
홍콩에 와서 술에 취해 아편이나 하며 시간을 보내려고 했었는데요.
제가 조심성 없고 못되게 굴어서 어머니 마음을 여러 번 아프게 했거든요. 그런 행동들이 하나님도 슬프게 한다는 걸 몰랐어요. 당신의 하나님이 아마도 오늘 물에 빠지지 않게 구해 주시기도 했어요."
그가 떠나자 올슨이 일본에서 온 편지 한 통을 라루에게 건넸다.
라루는 봉투에 있는 주소를 읽어 보았다.
"아니, 월리엄과 리지 그레인저 부부에게서 온 것이구나.
안 그래도 지난번 보낸 편지에 답장이 왜 이리도 늦나 했는데,
이곳에서 우리가 하는 일에 대해서 굉장히 궁금한가 보다.
좋은 사람들이야. 올슨. 너도 보면 좋아할 게다. 그런데 왜 일본에서 편지가 왔는지 이상한 일이구나.
"라루는 봉투를 열어 편지를 훑어보았다. 그러고는 소리쳤다.
"굉장해! 이걸 좀 들어보렴. 올슨. ‘라루 형제님과 선교부에 보낸 편지와 간청으로 저희는 큰 결심을 하게 됐습니다.
대학 총장 자리를 사임하고 일본에 가기로 했답니다.
이 편지를 받으실 즈음에는 저희는 동경에서 일본 청년들을 위한 성경학교를 시작했을 거예요.
리지와 저, 그리고 아이들 모두 언젠가 일본에서 형제님을 뵐 수 있었으면 하고 기대하고 있어요."
지은이 : 엘렌 E. 랜트리 출 판 : 시조사
www.hanwansoo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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